중국 반도체 CXMT 돈 쓸어 담는다, 삼성·SK에 닥칠 진짜 위협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긴장해야…범용 D램부터 시장 잠식 가능성
인공지능(AI) 열풍이 한국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도 막대한 수익 기회를 안겨주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해 온 D램 시장에서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등장하면서 어마어마한 속도로 성장 중이다.
AI 산업의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까지 실적 개선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반도체 CXMT의 2026년 3분기 매출 전망치는 1147억~1197억위안으로 이를 한화로 환산하면 22조9000억~23조90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이는 약 6~7배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CXMT의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은 10%로 1년 전 4%에서 6%포인트 높아졌다. 삼성전자 38%, SK하이닉스 25%, 미국 마이크론 24%에 이어 세계 4위에 오른 셈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단순히 한국 기업을 따라잡는 과정으로만 볼 수는 없다. 한국 역시 중국의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로 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이 한국산 반도체를 더 많이 사는 동안, 자국 기업의 생산능력과 기술력도 함께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한국 반도체를 더 많이 사는 이유

사진=SBS
우선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2026년 1~8월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326%, 디램 모듈이 212%, SSD가 17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 수출은 1.4% 감소했는데 반도체 산업 전반이 고르게 성장했다기보다 메모리와 저장장치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집중된 셈이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있다. AI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연산을 담당하는 프로세서뿐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메모리와 저장장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AI 서버가 늘어나면 서버용 D램과 SSD 수요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
중국 역시 AI 산업을 육성하고 있지만, 필요한 메모리를 모두 자국산으로 충당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특정 제품의 성능과 양산 능력, 공급 안정성에 따라 한국 기업의 메모리를 구매할 이유가 아직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생산한 반도체와 부품을 중국 현지 공장에 공급하는 거래도 수출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대중국 반도체 수출 증가는 중국 소비자가 한국산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국 내 전자제품·서버 생산과 현지 공급망에 필요한 부품 수요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수출 증가율 326%를 한국 반도체의 기술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가격 상승과 전년 동기의 기저효과, 제품 구성 변화도 수출액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AI 호황은 한국 기업만의 잔치가 아니다
중국 반도체 CXMT의 실적 개선은 AI 수요 증가가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D램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기업은 판매 확대와 수익성 개선의 기회를 얻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국 기업의 성장을 전적으로 기술 발전의 결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반도체 기업의 매출과 이익은 제품 가격, 생산량, 가동률, 수율 등에 영향을 받는다. 공급 부족으로 제품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기술 격차가 남아 있는 후발 업체도 실적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따라서 CXMT의 실적 전망치가 급증했다는 사실만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기술 우위가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번 실적은 AI 반도체 수요가 강해진 상황에서 중국 기업도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시장에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다음 과제는?

사진=SBS
한국 반도체 기업이 AI 수요 증가의 혜택을 계속 누리려면 생산량 확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범용 메모리에서는 원가와 생산 효율을 확보하고, 고부가가치 메모리에서는 기술 격차와 고객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HBM과 고성능 서버 메모리 등 차별화된 제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중국 반도체 CXMT의 범용 메모리 추격에 대응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AI 산업의 성장은 한국 반도체에 역사상 가장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산 반도체를 구매하는 고객인 동시에 자체 생산을 확대하는 경쟁자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이 지금의 호황을 장기적인 경쟁력으로 바꾸려면 중국의 수요 증가에 기대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이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기술과 제품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반도체 호황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중국이 한국산 메모리를 얼마나 더 사느냐만이 아니다. 중국이 한국산 메모리를 필요로 하는 기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그리고 그동안 한국 기업이 얼마나 높은 기술 장벽을 쌓을 수 있을지가 향후 경쟁 구도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