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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코스피 PER 4배라는데 왜 폭락했나, 반도체 호황의 끝은?

👤 김수환 편집부 |
코스피 PER 4배라는데 왜 폭락했나, 반도체 호황의 끝은?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기대에도 주가가 하락하면서 코스피 PER, 즉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4배대로 내려온 상태다.

하지만 낮은 PER가 곧 저평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반도체 이익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는지,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가 한국 증시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코스피 선행 PER 4배, 금융위기·코로나보다 낮아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주가가 기업의 예상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12개월 선행 코스피 PER는 4.41배까지 하락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충격 당시 기록했던 7~8배 수준보다 낮은 수치다.

선행 PER는 현재 주가를 향후 12개월 동안 예상되는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일반적으로 PER가 낮으면 기업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저렴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에는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이 개선되는 가운데 주가가 하락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에 반영된 바 있다. 반도체 업종의 선행 PER가 3배 미만으로 낮아진 것도 이러한 이익 전망의 영향을 받았다.

문제는 주가가 기업의 이익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만큼 주가를 높게 평가하지 않고 있다. 미국 금리 상승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겹치면서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수의 함정, 반도체 빼면 PER 달라진다

용인 죽전 데이터센터

사진=현대건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 증시는 과도하게 저평가된 것일까. 아니면 시장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위험을 주가에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코스피의 낮은 PER를 해석할 때는 반도체 업종의 영향력을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의 선행 PER는 10.3배로 집계됐는데 이를 20년 평균인 약 10.4배와 비교하면 시장 전체가 역사적으로 극단적인 저평가 상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10월 15일 기준 수치에서도 코스피 전체 선행 PER는 4.24배였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수치는 9.15배였다. 집계 시점과 산출 기준에 따라 수치는 다르지만,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이 전체 지수의 PER를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차이다. 코스피 전체가 싸 보이는 현상과 국내 상장기업 대부분이 싸게 거래되는 상황은 같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이 빠르게 증가하면 지수 전체의 예상 순이익도 커지고 주가가 그만큼 오르지 않으면 코스피 PER는 낮아진다. 반도체 업종의 이익 전망이 다른 업종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할수록 이러한 효과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코스피 PER가 4배라는 사실만 보고 국내 주식 전반이 역사적 저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또 다른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수의 저평가 정도를 평가하려면 반도체와 비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을 분리해 살펴야 한다.

가장 큰 위험은 예상 이익의 하락

PER가 낮다고 해서 주가가 반드시 반등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경기순환의 영향을 크게 받는 반도체 산업에서는 예상 이익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반도체 기업은 업황이 좋을 때 판매 가격과 이익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지만, 공급이 늘어나거나 수요가 둔화하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도 있다. 현재의 낮은 PER가 높은 이익 전망을 전제로 계산된 값이라면 이익 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순간 저평가 논리도 약해질 수 있다.

가령 현재 선행 PER가 4.4배라고 가정할 시 주가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예상 이익이 30% 감소하면 PER는 약 6.3배로 높아진다. 예상 이익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PER는 약 8.8배가 된다.

이는 실제 이익 감소 전망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낮은 PER가 예상 이익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계산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익 전망 하향과 주가 하락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향후 이익 감소를 우려해 주식을 매도하면 주가가 떨어지고, 이후 실적 전망까지 낮아지면 현재의 낮은 PER가 더 이상 매력적인 수준이 아닐 수 있다.

반대로 반도체 기업들이 예상보다 강한 실적을 유지하고 향후 이익 전망도 상향된다면 현재의 낮은 PER는 매수 기회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결국 핵심은 PER의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숫자를 만들어낸 예상 이익의 신뢰도다.

AI 투자 확대가 반도체 기업의 이익?

삼성 데이터센터

사진=삼성SDS

반도체 실적을 판단할 때는 AI 산업의 투자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투자금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GPU와 서버, 네트워크 장비, 메모리 반도체 등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HBM과 서버용 D램 수요가 증가하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영원히 같은 속도로 지속된다고 가정할 수는 없다.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막대한 설비투자를 통해 충분한 매출과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면 투자 규모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AI 투자 확대가 반도체 수요를 늘리는 것은 분명한 기회지만, 투자 규모가 크다는 사실만으로 투자 수익성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AI 인프라 기업의 매출 증가율과 현금흐름, 이자 부담, 설비투자 계획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 발표에서도 이미 달성한 분기 이익뿐 아니라 고객사의 투자 계획과 메모리 가격, 공급 확대 속도, 향후 수요 전망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재의 높은 이익이 일시적인 업황 호황에 따른 것인지, 구조적인 수요 증가에 기반한 것인지 판단한 이후 코스피 PER이 진정한 저평가 상태인지도 재평가해야 한다.

※ 본 기사는 투자 참고용 정보이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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