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PBR 기업 리스트 공개 임박, 장부가치보다 ‘재평가 조건’ 따져라
한국거래소가 오는 11월 2일 첫 ‘저 PBR 기업 리스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출한 상장사는 62곳으로 늘었으며, 동국홀딩스와 바이오노트 등은 구체적인 중장기 목표까지 제시한 상태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다고 모두 저평가된 것은 아니기에 투자자들은 자산 활용도와 수익성 개선, 주주환원 정책이 얼마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는지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PBR 기업 62곳 개선계획 제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34곳, 코스닥시장 28곳 등 총 62곳으로 집계됐다. 저 PBR 기업 리스트 공개를 앞두고 공시 제출이 마감 직전에 집중된 것이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지표로 PBR이 0.5배라면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의 가치가 장부상 순자산의 절반 수준을 의미한다.
다만 순자산이 많다고 반드시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산을 활용해 충분한 이익을 내지 못하거나 향후 손실이 예상된다면 낮은 PBR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업종별 PBR을 기준으로 코스피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저PBR 명단을 공표할 예정이다.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출하면 1년간 공표를 유예받을 수 있지만, 저PBR 상태가 누적 6년 이상 지속된 기업은 계획 제출과 관계없이 공표 대상에 포함된다.
이번 명단은 단순히 PBR 1배 미만 기업을 모두 나열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업종별 상대평가를 적용하기 때문에 PB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명단에 포함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저 PBR 기업, 왜 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을까

사진=KG스틸
기업마다 저평가 원인은 다르다. 이를 구분하지 않고 PBR만으로 투자 대상을 고르면 자산가치가 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구조적인 수익성 문제를 안고 있는 기업을 구별하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철강업체 KG스틸은 업종 특유의 구조적 할인과 이익률 변동을 저평가 배경으로 제시했다. 동국제강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국내 건설 경기 침체 등 외부 요인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해당 기업의 재평가 여부는 주주환원 정책뿐 아니라 철강 수요와 공급, 판매가격, 원가 등 영업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금융업종에서도 DB증권은 대형 증권사와의 자본 규모 격차와 규모의 경제 구축 수준을 저평가 요인으로 언급했으며 현대차증권은 시장 위축에 따른 주요 투자자산 매각 지연을 배경으로 제시했다. 이 경우 자본 효율성과 투자자산 회수, 수익구조 개선 여부가 중요한 관찰 지표가 된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이후 관련 매출 감소를 저평가 원인으로 설명했다. 광주신세계는 지역적 한계에 따른 매출·수익 규모의 제약과 백화점 산업의 성숙기 진입 등을 언급했다.
이처럼 저PBR의 원인이 업황 부진인지, 성장동력 부족인지, 자본 활용의 비효율성인지에 따라 해결 방법은 달라진다. 시장이 낮은 평가를 내리는 이유를 해소할 수 있는 기업인지가 PBR 수치만큼 중요하다.
낮은 PBR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진=동국제강
저 PBR 기업 리스트 가운데 먼저 살펴볼 대상은 단순히 PBR이 가장 낮은 기업이 아니다. 낮은 평가를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고 그 원인을 해소할 구체적인 수단을 갖췄으며 실제 실행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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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
부동산과 현금, 자회사 지분 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자산 매각이나 사업 재편, 자본 배분 개선 등을 통해 시장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장부상 자산가치와 실제 처분 가능한 가치는 다를 수 있으며, 부채와 세금, 매각 비용 등을 제외한 뒤 주주에게 돌아갈 가치도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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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회복으로 ROE가 개선되는 기업
ROE는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많은 순이익을 냈는지 보여준다. 자본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거나 이익이 계속 감소하는 기업은 낮은 PBR을 벗어나기 어렵다. 반대로 업황 회복이나 비용 절감, 신사업 성장으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 낮은 평가를 정당화하던 이유가 약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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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정책을 실제로 이행하는 기업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주에게 돌아가는 가치를 높이는 수단이다. 그러나 일회성 발표보다 지속 가능한 배당 여력과 실제 소각 규모, 향후 자본 배분 계획이 중요하다. 본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배당만 늘린다면 장기적인 기업가치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이 외에도 저평가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외부 환경이 조성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철강업체는 공급 과잉 완화와 건설 수요 회복, 증권사는 자본 효율성과 수익구조 개선, 진단기업은 신규 제품과 해외 시장 확대가 재평가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업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투자하기보다는 실제 수주와 매출, 이익률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제출보다 이행 여부가 중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출했다고 해서 모든 저 PBR 기업 리스트의 기업이 같은 수준의 개선 의지를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기업별 핵심지표 이행 현황에는 차이가 나타났다.
BNK금융지주와 롯데지주 등 일부 기업은 관련 지표 준수율이 70%대인 것으로 분석됐는데 경영진의 핵심성과지표(KPI)에 PBR 개선 목표를 반영하거나 경영진 보상체계를 PBR과 연계하는 항목을 두고 ‘미이행’ 또는 ‘추후 검토’로 분류한 기업도 있었다.
주주와의 소통에서도 경영진 및 이사회와 연 2회 이상 주주 간 소통을 하는지를 묻는 지표에서 시가총액 하위 기업을 중심으로 미준수 사례가 나타났다.
이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평가할 때 목표 수치뿐 아니라 실행 체계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계획이 있어도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실제 자본 배분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기업가치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기업의 저평가 원인이 수익성 부진과 성장동력 부족, 비효율적인 자본 배분, 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다양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모든 기업에 동일한 주주환원 정책을 적용하기보다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맞는 개선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