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재산분할, SK㈜ 9440억원 확보 나선다…지배력 영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세기의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대적인 SK㈜ 지분 매각에 나선다. 이번 최태원 재산분할로 인한 SK㈜ 지분 매각 규모는 9440억원으로 전략적 투자자에게 주식을 넘기고 주가수익스왑(PRS) 방식도 활용할 예정이다.
최태원 재산분할, SK㈜ 주식 165만주 매각
SK㈜는 지난 2일 최 회장이 보유한 자사 주식 165만3924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상 주식은 전체 지분의 2.3%에 해당하며 거래 예정 기간은 11월 2일부터 12월 1일까지다.
매각 대금 가운데 5440억원은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 97만2493주를 넘기는 방식으로 마련한다. 나머지 4000억원 규모의 68만1431주는 한국투자증권과 PRS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PRS는 계약 이후 주가가 변동하면 약정한 조건에 따라 거래 당사자들이 손익을 정산하는 금융거래다. 단순히 주식을 매각하는 것과 달리 향후 주가 흐름에 따른 경제적 손익을 계약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일반 매각 대신 전략적 투자자·PRS 선택

사진=MBC
이번 거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매각 방식이다. 대주주가 대량의 주식을 시장에 내놓으면 공급 부담이 커지면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특히 시장에서 매도 물량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주식을 불특정 다수에게 한꺼번에 매도하는 대신 전략적 투자자에게 지분을 넘기고, 일부는 증권사와 PRS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재계에서는 시장에 직접 유입되는 매도 물량을 제한해 주가에 미칠 영향을 줄이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통상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이 주가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거래는 특정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구조여서 시장 충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분율 15.5%로 하락해도 최대주주 지위 유지
다만 최 회장이 대규모 지분을 처분하더라도 SK그룹에 대한 지배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이 완료되면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기존 17.8%에서 15.5%로 낮아진다. 다만 최 회장은 여전히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하면 최 회장 측의 의결권 있는 주식 비율은 30.5%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번 지분 매각이 그룹 경영권에 직접적인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K㈜는 이번 매각과 별개로 기존 성장 전략과 투자 계획을 유지하고 주주가치 제고 정책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최 회장 역시 책임경영과 기업가치 향상에 계속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혼 재산분할금 9440억원 마련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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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식 처분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에서 발생한 최태원 재산분할 문제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7월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나, 현재 최 회장 측이 재상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 심리 단계에 있다.
이번 주식 매각 규모는 재판부가 제시한 재산분할 금액과 동일하다. 하지만 매각 대금 전액이 실제 지급 재원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대주주가 주식을 처분하면 양도소득세 등 세금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에게 적용될 세율은 27.5%로 제시됐다.
이에 따라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이 재산분할액에 미치지 못할 수 있어 추가 자금 마련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 등이 향후 재원 확보에 활용될 수 있는 자산으로 꼽힌다. SK그룹은 최근 SK실트론을 두산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재계에서는 대법원 판단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최 회장 측이 판결 결과를 확인한 뒤 추가 자산 처분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금 지급 판결과 협상 결렬…추가 부담 가능성
한편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태원 재산분할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지급이 완료될 때까지 하루 약 1억3000만원의 지연이자가 발생한다. 노 관장 측이 강제집행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당초 최 회장 측은 현금과 주식을 조합해 분할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손실분을 보전하는 조건도 제시했지만, 협상은 성사되지 않았다. 노 관장 측은 재판부가 정한 대로 전액 현금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별도 합의를 통해 지급 방식이나 시기를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약정서를 작성해 강제집행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판결과 다른 방식으로 분할금을 지급하거나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누어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되면서 최 회장 측은 재상고를 통해 확정 판결 시점을 늦추는 선택을 했다. 이번 지분 매각은 재산분할금 마련을 위한 주요 조치지만, 대법원 심리 결과와 세금 부담, 추가 자산 활용 여부에 따라 실제 자금 조달 계획은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