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피해 간 개미들, 단일종목에서 지수형 레버리지 ETF로 대거 몰려가
최근 코스피 시장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한동안 뜨거웠던 개인투자자들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자금이 국내 증시 지수형 레버리지 ETF 상품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투자 문턱을 높인 가운데, 투자자들이 시장 전체의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다만 투자 대상이 한 종목에서 여러 종목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위험까지 충분히 줄어든 것은 아니므로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와 자금 운용 목적을 먼저 살펴야 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에서 시장지수로 이동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레버리지 ETF 62종 가운데 개인 매수금액만 추출해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개인 매수 비중은 지난 7월 67.8%에서 9월 8.9%로 급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코스피200·코스닥150 등 국내 시장 지수형 레버리지 ETF 상품의 매수 비중은 같은 기간 28.0%에서 69.8%로 상승했다. 반도체·방산 등 산업·테마형 상품의 비중도 3.8%에서 20.5%로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규제 강화와 주가 변동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하고, 주식이나 채권 등 대용증권을 인정하지 않는 조치를 시행했다. 단기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단행된 제도다.
다만 매수 비중의 변화만으로 투자자들이 실제로 어떤 상품에서 자금을 빼내 어디에 투자했는지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월별 매수액과 순매수액은 서로 다른 지표이기 때문이다. 규제로 인해 투자 수단이 바뀐 것인지, 주가 하락에 따른 매수 위축이 더 크게 작용했는지는 추가적인 자금 흐름 분석이 필요하다.
시장 전체의 하락 위험은 여전히 남아

사진=KBS
지수형 레버리지 ETF는 여러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단일종목 상품과 차이가 있다. 특정 기업의 실적 악화나 개별 악재가 투자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레버리지 ETF는 일반적으로 기초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돼 있어 시장 전체가 하락하면 손실도 확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초지수가 하루 5% 하락하면 2배 레버리지 상품은 비용과 추적 오차 등을 제외할 때 약 10%의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수가 여러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레버리지에 따른 손실 확대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 보유할 때는 복리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의 일정 기간 누적 수익률을 단순히 두 배로 만드는 상품이 아니다. 기초지수가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는 자신이 예상하는 시장 방향뿐 아니라 보유 기간과 변동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산업·테마형 상품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반도체나 방산처럼 성장 기대가 큰 산업에 투자하더라도 특정 업종의 주가가 동시에 하락할 수 있다. 여러 종목을 보유하더라도 동일한 산업이나 시장 요인에 노출돼 있다면 기대만큼 위험이 분산되지 않을 수 있다.
50·60·70대, 은퇴 전 손실 범위부터 따져야

사진=KBS
이에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중장년층들은 더욱 신중한 자세로 투자에 참여해야 한다. 우선 50대라면 은퇴를 앞두고 자산을 늘리는 동시에 주택자금, 자녀 지원, 은퇴 후 생활비 등 여러 지출을 준비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것만큼 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손실을 만회할 시간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기 전, 필수 지출 계획에 차질이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60·70 세대는 은퇴 여부와 연금 수령 상황에 따라 투자 전략이 크게 달라진다.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에서 생활비가 충분히 확보되는 사람과 투자자산을 매도해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사람은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이 다르다.
특히 생활비가 필요한 시기에 주가가 급락하면 손실을 감수하고 자산을 매도해야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시장이 회복하더라도 당장 필요한 현금이 부족하면 회복을 기다리기 어렵다.
이를 고려하면 레버리지 ETF를 활용해 수익률을 높이려 하기보다 필수 생활비와 비상자금을 별도로 확보하고 투자자산의 변동성을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규제 효과는 투자 위험 변화로 판단해야
이번 레버리지 ETF 투자 지형 변화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투자자들의 상품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단일종목 상품의 매수 비중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투자자 보호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향후에는 지수형 레버리지 ETF의 거래 규모와 변동성, 투자자별 순매수 흐름, 산업·테마형 상품의 자금 유입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일종목 상품에서 줄어든 위험이 다른 상품으로 이동했는지, 레버리지 투자 자체가 감소했는지를 구분해야 규제의 실질적인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